과유불급(過猶不及) 평창올림픽 에피소드

올림픽이라는 국제행사가 원활히 치러질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아마 인생에서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지난 동계올림픽도 집단민원현장으로써 수많은 경비원이 배치되었고 경비지도사가 선임됐었습니다. 동계올림픽이 종료되고 3개월 정도가 흘렀고 이제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동료 경비지도사를 통해 제안이 들어 오다

지난 겨울 어느 날 오랜만에 동료 경비지도사들과 점심을 같이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 전화통화와 메신저로만 소통하다 직접 만나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집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던 중 전화가 걸려 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경비원이 대규모로 투입예정이니 지도사님도 선임을 한번 생각해보라는 내용의 전화였습니다. 경비원이 투입되는 곳에 늘 경비지도사가 따라붙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구체적인 선임료와 근무형태, 숙소와 식사 문제 등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얼떨결에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해버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같이 식사한 경비지도사님에게도 똑같은 연락이 갔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조건만 괜찮으면 우리 같이 가보자고 의기투합한 상태로 헤어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계올림픽 경비담당 회사의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몇 가지 서류와 비표에 사용할 여권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날 바로 필요한 서류와 여권 사진을 보냈습니다. 며칠 후 구체적인 윤곽이 잡혔습니다. 선임료에서부터 숙소, 근무시간, 등 무엇보다 4대 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조건들을 몰랐을 때까지만 해도 마음은 가고 싶었지만 약간의 고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마음속으로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마음에 들고 각종 조건도 괜찮았기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민의 시작

서류도 제출하고 마음속으로도 참여하기로 했지만, 점점 어딘가 모를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 느낌의 진원지를 찾았습니다. 바로 지금 현재 하는 일과 병행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었습니다. 사실 필자는 여러 회사에 선임되어 직무교육과 순회점검을 일정을 빡빡하게 잡는다 해도 보름 정도는 할애하여야 합니다. 약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올림픽현장에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근무의 유연성을 바라고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한 결과 그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찰나 여러 경비지도사도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현장을 뛰는 경비지도사들은 사정이 비교적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매달 직무교육과 순회점검을 하여야 하는 시설경비회사에 선임된 경비지도사들은 전적으로 올림픽에 임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비담당 회사에서 이런 사정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의 운영을 저해하지 않는 한 경비지도사들이 서로 협의하여 근무조정 하는 것은 허용했습니다. 


필자의 경우 15일을 기존 시설경비회사의 직무교육, 순회점검을 하고 나머지 기간에 다녀오기가 가능해졌습니다. 필자와 친한 경비지도사님이 몇 분 계시는데 일정에 관해서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두 그룹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시설경비와 집단민원현장의 비율이 거의 비슷한 부류와 집단민원현장 위주로 활동하는 경비지도사들입니다. 결국은 올림픽 선임에 관해 이야기해본 후 필자는 참여를 안 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올림픽현장에 참여한다면 기존의 시설경비 업무에 지장이 생길 것이고 올림픽이 아닌 다른 집단민원현장은 방치되는 상태가 되고 거래처의 이탈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은 짧고(약 1개월) 기존 거래처의 집단민원현장과 시설경비 업무는 깁니다. 



현명한 선택

올림픽에 참여한 경비지도사들에게 소식이 왔습니다. 숙소 상태가 엉망이고 숙소와 현장의 거리가 자동차로 1시간 걸리는 것만 빼고는 모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필자는 그 소식을 듣고 부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일 겁니다. 


요즘 경비지도사들 사이에 소문이 있습니다. 여러 회사에 선임된 경비지도사는 경찰에서 주의해야할 인물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회사에 선임되어 제대로 경비업법을 준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올 수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도 경비지도사 업무를 하다 보면 경비업법을 100% 준수하기 힘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당연히 법을 준수하여야겠지만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경비지도사로 활동하는 분들의 밥줄이 끊기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자격정지를 처분을 받게 되면 기존의 시설경비회사, 행사전문경호회사, 등 기존의 거래처가 한순간에 끊기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우리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과유불급; 정도가 지나침은 못한 것과 같다. 라는 사자성어의 뜻입니다. 다다익선이라고 여러 회사에 선임되어 실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선임된 회사를 늘리기보다는 경비지도사로서의 능력을 키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시길 바랍니다. 경비지도사는 자잘하고 많은 것보다는 굵은 것을 좋아해야 합니다. 양보다 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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